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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수 남편의 인생 한 잔

cityjun 2025. 3. 16. 08:57

오늘은 노자규 작가님의 웹 에세이를 한편 

올리겠습니다. '백수 남편의 인생 한자'를

포스팅 해드리오니 잠쉬 쉬면서 좋은글

감상하고 가세요~^^

 

 

백수 남편의 인생 한자

 

먼 길 가는 소낙비로

세상의 모든 길이 지워진 하루

아직도 행선지 없는 저녁비는

절름거래며 술상 위에 내려서고

있을 때

 

난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

보름달을 띄어 놓고

가난이 질퍽거리는 마른 멸칠 서너개와 천정을

향개 목고개를 세운 소주병을 

내 기울어진 인생처럼 눕혀 

술잔에 담고 있었다.

 

저무를 하루를 머리맡에 걸어둔 채

조저녁잠 일찍 들었다

 

"꼴...꼴... 꼴..."

 

따른 술잔 소리에

게슴츠레 눈을 뜬 아내가 말했다.

 

"온 종일 논다고 피곤할 건데 좀 쉬라고..."

 

 

부질없는 날들이 모인 방안에서

소일 하는 난

 

"이때가 되어서야

내 마음이 쉬고 있는 거라고...."

말했다.

 

빈 가슴 쓸어주듯 알내가 물었다

 

술이 뭑가 그리 좋냐고"

 

난 목고개 비틀어진

멸치 대가리를 하나 씹으며 말했다.

 

"지나간 아픔도 내일의 걱정도

잊은 척 할 수 있으니까..."

 

그 말에 한숨을 쉬더니

널브러진 이불을 애서 가슴팍까지

끌어당기며 말을 이어갔다.

 

"어찌 하루가 멀다 하고

맨 정신일 때가 없냐며"

 

 

난 마른 멸치

몸통을 반으로 가르며 말했다.

 

"내 마음을 세탁해서 널어 놓는 때가 지금이기에

눈 술 먹을 때가 맨 정신이라고..."

 

아내는 가난한 날에는 대답조차

죄가 된다는 듯 나르 노려보더니

다시 말했다.

 

"뭔 술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 먹냐고"

 

"목이 말라 먹는다고..."

 

데쳐놓은 콩나물처럼 힘없이

난 말했다.

 

그 말을 끝으로 아내와 나 사이에

얼어붙은 침묵이 실어 가난이 덕지적지 눌러

붙어있는 냉장고문을 열고 새 술명을 들고 오는

나른 보고는 목에 힘들 주며 다시 물었다.

 

"또 목 마르냐고?"

 

방 바닥에 구멍 난 장판을 허트러진 웃음으로

긁어댐 난 말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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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목 마를까  봐 미리 먹는 거라고"

 

아내는

날 닮은 축 늘어진 런닝 셔츠를

보며 말했다.

 

"배가 고프면 밥을 먹지

뭔 술을 그리 마시느냐고"

 

난 아내를 마주볼 자신이 없어

내 발킨애 아깝게 떨어진 멸치 대가리를 주우며

 

"사라이 고파서.... 사람이 고파사...

정이 고파서.... 먹는 다고 말했다

 

아내는 당신의 인생에

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는 듯

노려보더니 한마다 더한다.

 

"술 마시며 빠리 죽는다고"

 

난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.

 

 

"마셔도 죽고 안 마셔도 죽는게 인간이라고...."

 

TV불빛 사이로 비쳐대는

아내의 독수리 같은 눈길을 피해

어둠이 풀어놓은 작막감에 나 홀로 깊어져 술잔 속을

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

 

"잔에 뭐가 들었길래 쳐다보냐고"

 

다시 물었다.

 

노려보는 아내의 눈길을 차마 무주

볼 수 없어 술잔을 내려다 보며

 

"사람 겉은 눈으로 보지만

속은 술로 본다며 행복도... 슬픔도... 아픔도...

그리룸도... 이 술잔 속에 다 들어 있다고" 맗했다.

 

아내는 

내일 새벽을 달려 출근해야 한다며

꼴 보기 실다는 듯 나가서 먹으라더니

 

"알코올 때문에 죽은 사람이

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" 물었다.

 

난 마누라 옆에 잠든 아늘놈을 바라보며

 

"알코올 때문에 태어난 놈도 있다며"

웃었다.

 

 

시간을 세워놓고 술잔과 주거니 받거니 허물을

깨고 있는 날 더볼 수 없었는지 아내가 화를 내며

말했다.

 

"저 놈의 술이 원수라고"

 

닌 마지막 남은 쓰러진 멸치 대가리를 애썽 세우며

 

"주님 원수를 사랑하라 햇다고..."

 

당당히 말했다

 

술잔과 입술 사이에서

술 덤벙 물 덤벙 하는 나를 보며

체념한 듯 하품으로 TV를 끄더니

 

"인데 그만 마시고 내일 마시든지 하라며" 불을 꺼버렸다

 

난 그제서야 두 눈을 크게 뜨고

아내의 등을 바라보며

 

"오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면 안된다고" 말했더니

 

아내는 술먹는 나름 보면 할말이 많아지는가 보다

벌떡 일어나더니

 

"술을 왜 그리 사 하냐고"

화를 내며 물었다

 

난 굳어가는 내 혓바닥에 애서

힘을 주며

 

"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건 술이지만

한 사람에게 줄 수 잇는 건 사랑이기에

내 마음이 당신에게 가도록 운반하는 몬이 술이라고...

 

 

난 술을 마시며 배뒀다

 

아파도, 슬퍼도, 눈물이 나도

 

안 그런 척 웃으며 꾹 참는 법을....

 

"중독도지 않는 슬픔을

너는 아느냐고....

 

실아이 하다 지쳐 잠든 아내처럼

창틀에 머물다 시들어린 달을 보며

난 마지막 말을 하고 있었다

 

술 한잔에

 풀 한포기라도 아름다워 질 수 있는게

우리네 인생이기게

 

술잔도 인생도 넘치지 않을 만큼만

먹을 거라고....

 

나도 이제

나보다 더 취해 잠들어 버린

술병을 뒤로하고

아내가 잠든 이불 속으로

들어가야겠다.

 

"내일 담배값이라도

놓아두고 갈 아내를 위해...."

 

 

출처 :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